[한류타임즈 함상범 기자] 각 가요 기획사는 연습생 시절부터 그룹형 가수와 솔로형 가수를 분리한다. 혼자서 무대를 채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다. 가수 스스로 솔로 무대에 대한 의지도 강해야 할 뿐 아니라, 혼자서도 무대를 가득 메우는 에너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퍼포먼스형 솔로 가수는 끼와 재능이 정점에 있어야 대중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 

완성형 퍼포먼스 가수라는 평가를 받는 권은비는 솔로 가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 분명한 가수다. 노래와 춤은 물론 매 순간 관객을 압도하는 표정과 몰입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무대를 기어코 만든다.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그의 무대에 빠져들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솔로 1집 ‘OPEN’을 거쳐 2집 ‘COLOR’를 내며 어엿한 가수로 입지를 갖추기까지 2014년부터 무려 9년 넘게 경험을 쌓았다. 댄스 팀 소속으로 시크릿과 걸스데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추다,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금방 해체되고 다시 백댄서가 됐다. 연습을 지속했지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연습생 5년 차인 2018년 M.net ‘프로듀스 48’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서 능력을 증명했다. 

약 2년 6개월 동안 아이즈원에서 리더로 활동하면서 ‘권리다’라는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권은비는 지난해 8월 첫 미니앨범 ‘OPEN’ 이후 약 10개월 만에 2집 ‘COLOR’로 대중 앞에 섰다. 극찬을 받은 첫 앨범에 이어 새 앨범 타이틀곡은 ‘Glitch’로 다소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색감의 음악이다. 발랄하고 섹시한 권은비의 정서가 담겨있는 사이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이미지가 드러나는 무대다. 

새 앨범을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인 권은비가 지난 15일 한류타임즈 사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든 가수는 앨범이 자식이다. 온갖 산고를 거쳐 무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자식 중에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권은비에게 이번 ‘COLOR’는 애착이 가는 앨범일 수밖에 없다. 타이틀곡 ‘Glitch’를 듣자마자 이 노래로 무대를 서고 싶은 마음에 안무, 의상, 퍼포먼스, 무드 등 앨범의 모든 분야를 스스로 기획했을 뿐 아니라, 수록곡 ‘OFF’는 직접 작곡까지 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가수는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기획을 받아들여 무대를 꾸미는 게 일반적이다. 권은비는 수개월 동안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무대를 생각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회사를 직접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이번 앨범은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 

“‘Glitch’를 듣자마자 ‘이걸로 해야겠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어요. 전개가 매끄러우면 변주도 있고요. 랩도 있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구간도 있어요. 멋있거나 귀여운 이미지를 벗어나 다채로운 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PPT를 직접 만들었어요. 이 앨범의 시안, 레퍼런스, 의상, 메이크업을 제가 다 짜서 회사 스태프들에게 보여줬죠. 속이 후련했어요”

 

권은비의 무대에는 압도적인 힘이 있다. 댄서들과 함께 안무를 펼쳐보이며 노래를 부른 중에 가사에 집중하고 있는 그의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찰나가 모여 강한 집중력을 일으킨다. 이른바 덕질을 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는 것을 일컫는 ‘덕통사고’를 그의 무대에서 느꼈다는 팬들이 적지 않다. 

“냉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는데 보다보면 귀엽고 섹시하면서 따뜻하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육각형 멤버나 올라운더라는 평가도 있고요. 뚜렷한 게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해요. 그래서 어떻게 무대에 집중하려고요. 엄정화 선배나, 이효리 선배처럼 솔로 가수들의 무대를 많이 연구했어요. 끼를 타고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노력형이에요. 무대에 올라가서는 노래에 최대한 심취하려고 해요. 제 눈에는 보이거든요. 제가 현실에 있는지, 노래 안에 있는지요”

‘Glitch’는 다소 몽환적인 색감이 강한 곡이다. 국내 대다수 가수가 몽환적인 이미지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몽환적인 분위기는 직감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강해 대중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매력적인 면이 있기는 하나, 자칫 대중과 멀어지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 걱정을 많이 하긴 했어요. 나만 혼자 즐기다 끝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도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다행히 주변 작곡하시는 분들이나 동료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이번 도전이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하는데 분명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요”

PPT를 만드는데만 무려 한 달이 넘게 걸렸고, 그 외 모든 음반을 준비하는데도 수개월이 걸렸다. 자신이 생각한 과정을 실현시키는 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권은비가 지어야 했다. 이런 경우 조바심이 나기 마련인데, 원했던 음악으로 앨범을 직접 만드는 걸 거치면서 오히려 결과를 내려놓게 됐다. 

“물론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하고, 늘 최선을 다하기는 해요. 하지만 예전에는 ‘잘 해야 돼’라는 압박감이 강했는데, 이번 앨범부터는 편해졌어요. 긴장도 거의 안 하고,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웃어요.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거든요. 이젠 제가 생각해도 인터뷰를 제법 해요. 하하. 아마 이번 앨범을 기획하는데 후회 없이 노력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는 어엿한 스타로 발돋움 했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권은비는 9년이라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데뷔한 팀이 해체되는 불운을 맛 봤고, 4년 넘게 홀로 연습했다. 계속되는 데뷔 실패로 인해 대학교에도 진학했다. 보컬트레이너라도 할 요량이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나간 ‘프로듀스 48’에서 비로소 가수가 된 것이다. 

“9년 동안의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그 시간의 노력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건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정말 열심히 노력했거든요. 앞으로도 제 색깔을 멋있게 드러내는 가수가 돼서 많은 분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릴 겁니다. 잘 해낼게요”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함상범 기자 intellybeas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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