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권구현 기자] 무려 방송 횟수 점수 결과가 0점 대 5348점이었다. 총점은 7035점 대 7881점, 지난 13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서 임영웅과 걸그룹 르세라핌이 경합을 벌인 1위 발표 결과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인기를 자랑하는 임영웅도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방송 횟수 점수만 없었다면 임영웅의 압승이었다. 임영웅 팬덤 ‘영웅시대’는 물론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어딘가 불공정한 성적표였다.

당연히 경합의 분수령이 된 방송 횟수 점수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뮤직뱅크’의 점수 산출 부문은 총 5개다. 디지털 음원 점수가 60%, 방송 횟수 점수가 20%, 시청자 선호도 점수가 10%, 음반 점수가 5%, 소셜 미디어 점수가 5%다. ‘뮤직뱅크’를 떠나 MBC ‘음악중심’, M.net ‘엠카운트다운’ 등 다른 음악 방송들 역시 비슷한 기준으로 노래를 심사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각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지분의 차이다.

 

디지털 음원 점수가 60%인 것은 납득이 되는 지점이다. 대중들의 음악 소구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다. 90년대까지 음반 판매량이 히트의 기준이 됐던 것과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당연하다. 나아가 그 당시에도 ‘길보드 차트’라 하여 거리 또는 일반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유행을 감지했다. 과거에 비춰볼 때 현재 디지털 음원 점수라는 것은 시대의 트렌드와 대중의 소비를 합산한 정당한 집계 방식이다. 단, 사재기 의혹 같은 공정성의 문제도 도사리는 부문이다.

음반 점수는 과거의 위용을 잃었다. 음원 시대가 도래하며 음반은 팬덤의 전유물로 자리매김했다. 하여 팬이 많은 가수들이 판매량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당장 임영웅이 그렇다. 임영웅이 지난 2일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 ‘아임 히어로’(IM HERO)는 초동 판매 3일 만에 100만 장을 돌파했고, 7일만에 120만 장을 기록했다.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임영웅이기에 가능했던 솔로 가수 신기록이다.

하여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팬덤의 크기=1위’라는 공식이 존재한다면 음악방송의 순위매김은 의미를 상실한다. 5%의 비중을 갖고 있지만 ‘이 또한 너무 많다’는 의견과 함께 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점수 부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뮤직뱅크’는 ‘음반뱅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러 가수가 경합을 벌이는 음원에 비해 점유율을 차지하기 쉬운 것이 음반 시장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재기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논란을 야기하는 건 이번에도 문제가 된 ‘방송 횟수 점수’다. ‘음반뱅크’를 넘어 ‘방점뱅크’라는 조롱이 대세가 된 이유다. 비단 이번 임영웅 VS 르세라핌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18일 태연과 김우석의 1위 경합 때도 같은 문제가 터졌다. 당시 방송에선 ‘스위치’로 컴백한 김우석이 태연의 ‘INVU’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태연의 방송 횟수 점수는 13점이었고, 이에 반해 김우석은 4948점을 기록했다. 60%를 차지하는 디지털 음원 점수가 2576(태연) 대 5(김우석)였음에도 불구하고 총점 4185 대 6015으로 김우석의 승리였다.

결국 방송 횟수 점수가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데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 문제는 방송 점수의 기준이다. ‘뮤직뱅크’의 방송 횟수 점수는 KBS에서 제작하는 TV 프로그램과 라디오 프로그램,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 출연 횟수가 중점을 이룬다. 즉, 자사 방송에 많이 출연해야 점수가 높아지는 구조다. 음방 1위를 위해서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한다. 출연에 있어 갑의 위치인 방송사가 가수 길들이기를 한다는 원성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물론 노래만 잘 해서 가수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아무리 노래가 좋다 해도 대중들이 모른다면 의미가 없다. 하여 데뷔 초기엔 예능도 나가고, 행사도 뛰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 긴 무명 세월을 거친 임영웅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지금의 영광을 얻었다. 허나 이후 노래에 집중하는 건 아티스트의 자유다. 물론 임영웅은 음악 활동 외에 다양한 방송을 섭렵하며 대중과 마주했다. 그랬던 임영웅이 특정 방송사에 출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0점을 받는다는 건 불공정한 처사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음악 방송 순위의 공신력 추락이다. 방송을 많이 나가면 1위를 하는 구조는 모두에게 손해다. 유명 가수를 기준으로 그들이 음방 1위를 위해 방송에 자주 나갈 땐 신인들이 얼굴을 알릴 기회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본업인 음악 및 공연 활동에 치중한다면 음방 1위를 놓치게 된다. 모두에게 불합리한 제도는 외면받기 마련이다. 공정하지 않다면, 공신력이 없다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1위가 돼 버린다. 음악 방송의 순위 매김에 늘 물음표가 붙어 왔고, 폐지와 부활을 거듭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사태는 2위를 차지한 임영웅만 손해를 본 것이 아니다. 데뷔 후 화려하게 1위를 차지한 르세라핌 역시 피해자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을 영광의 순간이 공정 시비로 물들었다. 1위라는 건 올바른 경쟁을 통해 얻어내야 값진 법이다. 잡음으로 가득한 1위를 원하는 가수는 아무도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음악 방송 1위였는지를 묻고 싶은 대목이다.

음악 방송 순위 매김이 공정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현재 임영웅의 팬덤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뮤직뱅크’ 시청자 게시판 및 KBS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청원을 두들기고 있다. ‘뮤직뱅크’ 순위 산정 방식을 공개하라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다. 이에 대한 답을 해야 하는 건 결국 KBS다. 심지어 그들은 국민들의 수신료로 월급을 받는 국영 방송이다. 허나 아직까진 시청자들의 원성만 소리 높다. 과연 KBS는 어떤 방식으로 화답을 해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지금이다.

사진=KBS2 ‘뮤직뱅크’ 방송 캡처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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