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권구현 기자] DJ D.O.C의 래퍼 이하늘이 ‘뱃사공 논란’에 ‘부치지 말았어야 할 편지’를 들고 등판했다.

이하늘이 지난 16일 SNS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뱃사공의 불법 촬영 사건을 언급했다. 이하늘은 뱃사공이 소속된 슈퍼잼 레코드의 대표다. 이하늘은 사건의 골자를 “1년 전 이미 정식 사과를 통해 끝난 일”로 정리했다. 그리고 “왜 이제 와서 이렇게까지 하는지”와 “우리도 반격할 카드가 있으나 꺼내지 않는다”는 점, 나아가 “여론전에 들어가면 진흙탕 싸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앞서 뱃사공은 던밀스의 아내 A 씨의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일 던밀스의 아내 A 씨는 래퍼 B 씨가 SNS DM을 통해 여성들을 만나고 불법 촬영 및 유포했던 전적을 공개했다. 이에 래퍼 B 씨는 뱃사공으로, 불법 촬영의 피해자가 던밀스의 아내 A 씨 본인인 것이 밝혀졌다. 뱃사공은 모든 사실을 시인 및 사과하고, “경찰서에 왔다. 성실히 조사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평생 반성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사건 당사자끼리의 매듭이 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하늘이 나섰다. 소속사 대표로써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 것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겠으나, DJ D.O.C의 ‘부치지 못한 편지’를 통해 피해자가 당하는 2차 가해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읊어 댔던 이하늘을 생각하면 몹시 애석한 일이다. 노랫말에 비춰보아 과거의 일이 다시 방송에 언급됐을 때 느끼는 비참한 마음을 십분 이해할 터, 단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입장이 바뀌었다 하여 상반된 대응을 내놓은 이하늘이다.

 

DJ D.O.C가 2010년 발매한 7집 ‘풍류’의 수록곡 ‘부치지 못한 편지’는 유려한 멜로디와 비트는 물론 김창렬의 애절한 가창, 그리고 이하늘이 겪었던 실화와 훗날 느낀 분노가 담긴 명곡이다. ‘부치지 못한 편지’의 수신인은 강원래다. 이 노래는 강원래가 지난 2010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하늘의 여자친구와 사귀게 됐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은 것을 빌미로 탄생했다.

노래는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이하늘이 털어놓는 사건의 전말이다. 이상한 낌새에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고, 그곳에서 아는 형과 함께 있는 것을 목도한 심경을 담았다. 칼 루이스 보다 빠르게 도망갔다는 걸 회상하는 건 덤이다. 2부는 이 이야기를 방송에서 언급한 강원래를 향한 지탄이며, 마지막 3부는 앞으로 입조심을 할 것에 대한 경고가 담겼다.

가사의 수위는 높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에 대중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비통했을 이하늘의 심정에 모두가 공감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하늘은 그때의 심경을 고스란히 뒤집었다. 피해자일 때 느꼈던 아픔 보다 가해자의 지금이 더 중요했고, 사과와 합의가 끝났다며 2차 가해에 대한 고통에 눈을 감았다. 누구보다 피해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이하늘의 입장 변화이기에 더 뼈아프다.

 

“나랑 풀었다고 풀긴 뭘 풀어 이 XX야 / 중략 / 나 혼자 푼 거야 어쩔 수 없는 용서 비슷한 거”라며 노래했던 이하늘은 “이미 정식 사과를 통해 끝이 난 사건”이라는 말로 과거의 일을 매조지었다. 또한 “그러면 안 돼 / 너 먹고 살자고 이제 와서 그녀를 그런식으로 말하면 안돼 / 중략 / 너는 입이 가벼워 좀 많이 / 중략 / 이 더럽고 아픈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방송에서 과거사를 언급한 강원래를 문제 삼던 이하늘은 “던밀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뱃사공의 가벼운 언행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외면했다.

더 문제인 건 2차 피해를 받은 피해자에 대한 망각이다. 과거의 이하늘은 강원래의 발언 이후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피해자를 걱정했었다. 이하늘은 노래를 통해 “네 덕분에 그녀를 알지 못하는 진짜 XX 같은 것 들이 그녀에게 삿대질을 해 / X 같은 X이라며 댓글을 달어 XX. 내가 미친듯이 사랑했던 여자한테 말야”라고 분노했다. 과거사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이 현재에 소환됐을 때 당사자에겐 어떤 아픔이 따르는지 고스란히 느낀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이하늘은 다르다. 피해자는 남편과 자신의 신상을 밝혀가며 고통을 호소했는데, 이하늘은 10년 넘게 고생하다 이제야 음악으로 빛을 보는 동료 뮤지션을 더 안쓰러워했다. 나아가 “카드가 있지만 꺼내지 않는다”는 말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진흙탕 싸움을 전제로 한 압박으로 들린다. 

자신과 전 연인의 아픔에 ‘부치지 못했던 편지’로 눈물을 대신했던 이하늘이다. 허나 이젠 ‘부치지 말았어야 할 편지’를 굳이 공개하며 피해자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이하늘이 쥐고 있는 패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대중들이 느끼고 있는 공분을 감안한다면 진짜 피해자인 던밀스의 아내가 겪은 아픔을 상회하는, 비장의 카드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진=tvN '신박한 정리' 방송 캡처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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