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강진영 기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와 목소리를 지녔다. 뻔할 수 있는 캐릭터에도 인간 보편성을 불어넣음과 동시 연기자 본연의 개성을 담아낸다. 배우의 다각도의 고민이 쉬이 잊히지 않는 목소리와 함께 입혀진다. 보는 이의 몰입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그렇게 구교환은 이름만으로 작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배우로 평가된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괴이’가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구교환의 출연도 큰 한몫을 차지했다. 여기에 구교환과 연상호 감독의 재회에 많은 기대가 더해졌다. 구교환은 연상호 감독의 상업영화 ‘반도’에서 광기에 사로잡혀 폭주하는 ‘서 대위’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괴이’는 ‘연니버스’(연상호 감독의 유니버스)의 확장된 버전이다. '부산행‘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발발한 지명으로 등장했던 진양군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tvN ’방법‘에서 언급됐던 귀불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나온다. 늘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소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연 감독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배우가 적지 않다. 누구도 그와 함께 작업하길 바란다.

벌써 더 번째 연 감독과 작업한 구교환은 지난 2일 한류타임즈와 진행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연니버스 클럽 멤버‘라는 수식어에 대해 “영광이다. 좋은 이야기라면 연니버스, 구니버스에서도 활약할 생각이 있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 함께하고 싶다”면서, “감독님이 ‘잘 부탁한다’고 심플하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부담을 주지 않으신다. 가장 좋은 디렉션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괴이’는 봉인이 풀려버린 귀불로 인해 저주가 내린 진양군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을 그렸다. 귀불의 눈과 마주친 사람들이 마음속 가장 어두운 지옥을 마주하게 되면서 과격하게 변하고 마을이 재난에 휩싸이게 된다. 공포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괴이한 사건을 쫓는 이들의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구교환은 극중 진양군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파헤치는 ‘정기훈’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에 이어 또 한 번 장르물을 선택했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D.P’에 이은 차기작이었다. 많은 관심 속에 어느 때보다 신중했을 터였다. 하지만 ‘괴이’ 속 스토리와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귀불로 인해 혼란에 빠진 마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특별한 상황 속 보편적인 캐릭터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단다. 

“설정상 자세하게는 나오지 않지만 정기훈은 월간괴담이라는 잡지를 출간하는 사람이에요. ‘지금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종이로 잡지를 출간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컸죠. 유튜브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월관괴담 잡지의 홍보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종이의 질감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반가웠어요”

기훈은 고고학 분야에서는 촉망받던 인재였다. 하지만 딸의 죽음 이후 ‘월간괴담’이라는 괴담 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구교환은 흐트러진 머리, 색깔 있는 안경 등 튀는 비주얼과 학생들에게 오컬트 잡지를 판매하는 모습으로 기존 직업이 주는 인상을 지웠다. 직업보다는 그 인물에 먼저 다가가는 구교환만의 접근 방식이었다.

“‘D.P’의 한호열처럼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D.P나 의사, 고고학자 등 직업에 따라 형태와 모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고고학자라고 해서 특별하게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우리 앞집에 사는 또는 옆집에 사는 친근한 고고학자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죠. 정기훈은 쓰레기 분리수거도 함께하는 친근한 이웃이에요. 하하”

 

극이 진행될수록 하나뿐인 딸을 잃은 부부의 슬픔이 드러나면서 한 여자의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였던 정기훈의 색채가 짙어진다. 추모관에서 딸의 사진을 보며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모습과 죽은 딸을 떠올리며 ‘수진’(신현빈 분)과 오열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먹먹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안겼다. 가늠할 수도 없는 아픔이기에 이를 오롯이 표현하는데 어려울 법도 했다. 

“아직 그런 부분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대체 상황을 만들었어요. 연출자로 시간을 보내며 하나의 작업에 대해 궁금해하고 탐구하고 탐닉한 시간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사물일 수도 있고 현상일 수도 있고 이전에 만났던 누군가이기도 했죠.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까운 경험을 가지고 마주했어요”

괴불에 대한 커져가는 공포와 켜켜이 쌓여가는 인물들의 서사에 비해 허무한 결말이라는 평이 적지 않았다. 극 전체에 긴장을 부여했던 괴불의 존재가 쉽게 처치됐기 때문이다. 구교환은 “영화는 만들고 나면 관객의 것이고 드라마 역시 만들고 나면 시청자의 것이라 생각한다. 생각하는 대로 느끼고 감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는 오컬트는 장르적인 카테고리일 뿐, 기훈과 수진의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그래서 장르를 벗어나서 기훈과 수진, 그리고 하영이와의 관계, 고립된 진양군을 함께 가는 한석회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죠. 기훈이는 수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수진이와 함께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기훈으로서는 엔딩에 만족해요”

배우이자 한 사람으로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재미’를 꼽은 구교환이다. 다른 인물이 되어보는 경험, 서사를 함께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과 호흡, 이러한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탄생하는 작품과 관객들의 반응까지, 모든 상황을 즐기고 받아들일 줄 아는 구교환이기에 그의 다음 작품에도 저절로 눈길이 향한다.

“뭔가를 좋아했던 처음의 기억이 생각나지는 않아요. 꾸준히 좋아했던 기록이 쌓여 더 재밌고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배우로서 재미가 떨어지는 순간은 없었어요. 권태기를 느낄 때쯤 다른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서 또 즐거워져요. 그래서 전 한 가지 캐릭터를 오래 하는 것보다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강진영 기자 prikang@hanryutime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류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