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강진영 기자]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은 누구에게나 찬란했다. 우스갯소리로 라떼 시절엔 반 아이들 모두가 대통령을 꿈꿨다 하고, 요즘엔 동영상 크리에이터를 가장 많이 꿈꾼다 한다. 하지만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며 자신의 꿈을 새로이 빚어 나간다. 소망의 변주일 수도 있고, 현실과의 타협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처음 마음 먹었던 꿈의 길을 찾아 걷겠으나, 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 꿨던 꿈은 가슴 한 켠에 고이 접어두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안나라수마나라’ 속 ‘윤아이’(최성은 분)와 ‘나일등’(황인엽 분)이 그랬다. 아이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였고, 일등은 꿈을 강요 받는 소년이었다. 각자 소망하는 것이 상실된 상황, 그 앞에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 분)이 등장한다. 극중 어른이지만 아이처럼 살고 싶어 하는 이 마술사는 판타지 뮤직 드라마를 통해 아이와 일등, 그리고 시청자가 잊고 살아왔던 진실한 꿈을 다시 한번 피워낸다.

지난 9일 한류타임즈와 만난 지창욱에게 있어 ‘안나라수마나라’는 그렇게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으로 다가왔다. 진심으로 아이와 일등을 응원했고, 자신이 리을이 돼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고 싶었다. 지창욱은 “제 이야기 같았다”며 자신의 과거를 조금씩 고백했다. 학창시절 학업 스트레스가 심했고, 돈 때문에 고민도 많았다. 평범한듯 자랐지만 달리 보면 힘들게 자랐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자랐거든요. 거기서부터 상실감이 있었어요. 현실이 쉽지 않다는 걸 어린 나이에 좀 빨리 느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약간 우울감이 있었어요. 다행히 어머니의 사랑으로 극복했죠. 어머니가 어느 한순간에 저를 의지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 어른이 됐음을 느꼈어요. 극중 아이나 일등이를 보면 제 얘기 같았고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놀이공원 가는 기분으로 현장갈 때마다 설렜고 작업 자체가 힐링이었어요”

“‘안나라수마나라’는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즐거웠던 추억과 기억 그리고 좋은 팀원과 선배님을 만났다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이었고 나를 깨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였어요. 요즘 들어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떤 배우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내 몸에 작품을 새겨 넣는 느낌으로 한 작품, 한 작품 만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안나라수마나라’ 역시 저를 만들어 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안나라수마나라’는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마술 같은 이야기와 몽환적인 비주얼을 지닌 캐릭터로 팬덤까지 형성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던 웹툰이다. 두터운 팬층과 표현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의 신비로운 분위기까지, 배우로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지점이었다. 지창욱은 “‘웹툰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리고 헤어스타일, 의상 비주얼적인 부분부터 톤앤매너까지 고민이 많았죠”라고 털어놨다.

“웹툰에서 리을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멋있는 인물이에요. 리을이를 실제로 구현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원작을 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에요. 그래서 오히려 그 인물을 똑같이 그려내기보다는 저에게 맞는 최적의 리을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감독님과 회의 때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죠. 처음에는 ‘원작처럼 머리를 짧게 자를까, 염색을 할까’ 등 여러 의견이 나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원작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자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해서 지금의 리을이가 탄생하게 됐어요”

그렇게 원작과 사뭇 다른 비주얼의 리을이가 탄생했다. 외적인 변화를 통해 지창욱만의 리을을 만들어나갔다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마술을 믿으세요?”라고 묻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리을의 감정선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 집중했다.

“리을이가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고 또 다르게 봤을 때는 정신 이상자 같기도 한 복합적인 인물이에요. 하지만 리을이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에 대한 솔직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에서는 ‘왜 이 인물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연기를 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의문 없이 온전히 다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리을이가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감정을 다 표현하려고 했죠. 인물이 주어진 상황 그리고 그때 느끼는 날 것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안나라수마나라’는 꿈에 대한 인물들의 고민과 상처받은 마음을 노래로 드러낸다. 기존 드라마와 다른 뮤지컬 형식의 전개로 현실과 동심을 오간다. 여기에 다양한 마술이 더해졌다. 신선하지만 이질감은 없었다. 일상과 환상의 경계에 서있는 리을이를 자연스럽게 빚어낸 덕분이었다.

“노래 연습과 마술 연습을 기본적으로 꽤 오랜 시간했던 것 같아요. 저는 마술도, 노래도 중요하지만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캐릭터를 만들려면 마술과 노래가 필요해서 많은 도움을 받아 열심히 노력했죠. 드라마에 음악이 들어 있기에 그 안에서 톤앤매너를 어떻게 정하고 리을이가 얼마만큼 표현돼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잡는 과정이 길었던 것 같아요. 마술은 3~4개월 정도 배웠어요. 이은결 님께서 마술 장면에 대한 디자인을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마술 연출 합은 그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어요. 온전히 믿고 갔어요. 제가  마술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이은결 님 팀을 믿었죠. 하하”

아이와 일등에게 멋진 어른이었던 리을처럼, 최성은과 황인엽에게 든든한 선배가 돼준 지창욱이다.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편안한 현장이 될 수 있게 노력했다. 어떻게 연기를 하고 현장을 이끌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보단 스스로 깨우쳐나가기 바라는 마음이 컸단다. 그렇게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나가며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배우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도 지창욱에게 많은 사람들이 끌리는 이유다.

“멋진 어른의 정의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어른이라고 하면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리을이가 아이를 보면서 ‘너 스스로 고민해 봐’, ‘네가 하고 싶은거야? 아닐 수도 있잖아’ 등 말을 했던 건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느꼈어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요”

사진=넷플릭스

강진영 기자 prikang@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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