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울타리에서 벗어나 처음 숙소 생활을 경험했다. 크고 작은 일을 홀로 결정하고, 책임졌다. 가진 것은 없었지만 ‘부딪혀보자’는 젊은 패기 하나로 좁은 가요계 문을 두드렸다. 리스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뭐든 할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그룹 비스트의 멤버 윤두준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연기로 영역을 넓혔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그만큼 성장했다. 지금 나이엔 어려울 수 있을 일이지만, 그때는 ‘청춘’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윤두준은  ENA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로 시청자와 마주했다. ‘구필수는 없다’는 가족은 있지만 살 집은 없는 치킨 가게 사장 ‘구필수’(곽도원 분)와 아이템은 있지만 창업할 돈은 없는 청년사업가 ‘정석’(윤두준 분)이 티격태격 펼쳐나가는 생활 밀착형 휴먼 코믹 드라마다. 윤두준은 극중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도 당당히 꿈을 쫓는 청년 사업가 ‘정석’을 연기했다. 

윤두준은 지난날의 경험을 연기에 오롯이 담아냈다. 스타트업을 창업하진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연습생 시절에 느꼈던 감정과 전 소속사와 결별하고 멤버들과 그룹명을 하이라이트로 바꾸며 어라운드어스를 설립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부족한 부분은 함께한 감독과 동료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채워나갔다. 그렇게 조금은 다른, 특별한 청춘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한류타임스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배우 윤두준과 만났다. 군 제대 이후 첫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를 비롯해 그를 마주하는 기자들 역시 설렘으로 가득 찬 인터뷰 현장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눈빛을 빛냈던 윤두준과 나눈 대화들을 이 자리에 펼쳐본다. 

 

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다.  

사실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어서 부담이 됐다. 그동안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났다. 무엇을 하던 간에 경험치가 중요한데, 군대로 공백이 있다 보니 이전에 쌓아왔던 경험치가 쓸모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제작 환경도 많이 바뀌다 보니 거기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에는 힘들고 무서웠다. 그래서 감독님께 많은 조언을 구했다. 많이 귀찮으셨을 거다. 원래 감독님과 디테일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하나 하나 신경을 다 썼다. 많이 배웠고 의미 있었던 작품이었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 반응이 좋았다.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촬영하는 드라마고 곽도원 선배님과 같이 극을 이끌어가야 했는다. 곽도원 선배님의 입지가 엄청나서 부담이 됐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 이제야 한숨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사실 (성과를) 엄청 신경 쓰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나 노력을 많이 하다 보니 그거에 대한 보답 정도는 받아야하지 않나 생각했다.   

바른 사나이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거칠고 신경질적인 정석의 모습이 낯설었다.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이다. 정석이라는 인물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정석이 안하무인까진 아니더라도 성격이 모난 편인데, 그걸 잘 표현하지 못해 아쉬웠다. 아무리 봐도 정석처럼 행동하는 친구가 제 주변에 없었다. 겪어본 경험이 없다보니 하나씩 맞춰나갔다. 1편부터 16편까지 대본을 다 볼 수는 없으니 일부분을 보고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 틀을 잡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많이 바뀌었다. 처음 생각했던 모습과 차이가 있었다.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욕 빼고 다 하는 현실감 없는 캐릭터였다. 휴먼 드라다보니 공감이 중요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완화됐다. 하지만 순간순간에는 다이내믹한 요소가 있었어야 했지 않나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제가 너무 무난하게 표현했던 것 같다. 모니터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촬영할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압박에 쫓겨서 못돌아봤다. 하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니까 잘 기억했다가 훗날 감사하게 기회가 온다면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석과 가장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정석은 자신감이 엄청 넘친다. ‘내 능력 하나면 잘될거야’라는 식이다. 부러운 마인드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무책임하다고 느껴졌다. 믿고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조금만 기다려봐’라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서 정석과 차이가 느껴졌다. 

비슷한 부분도 있을까?

물론이다. 정석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캐릭터다. 제가 데뷔하고 얼마 안돼서 많은 분들에게 큰 사랑받고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작품을 찍으면서 ‘이분들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닮은 면이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은 아니지만 하이라이트 멤버들과 소속사를 차렸다.

맞다. 정석처럼 빈털터리가 돼서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둘레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회사를 차리고 꾸려갈 때 오는 두려움이 있었다. 실제로 감독님과 이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다. 정석이라는 인물을 개인적으로 이해하고 만들어 가는데 있어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부러질지언정 굽힐 수 없다’가 드라마 속 철학이었다. 

개인적으로 굽혀져야 하지 않나 싶었다. 저는 오히려 부러져 버릴까봐 걱정이다. 어느 정도는 굽혀져야 용수철처럼 뛰어오를 수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드라마 안에서는 굉장히 잘 만든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가수와 배우 중 한 가지를 굽혀야 한다면? 

어느 것도 굽힐 수 없다. 물론 둘 다 병행하기 힘들긴 하다. 드라마 쪽에서도, 멤버들도 배려해주긴 했지만 노력을 100% 다 쏟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굽히고 싶진 않다. 제 체력을 더 길러서 둘 다 포기하지 않을 거다.

정석의 성장은 끝났다. 윤두준의 성장은 진행 중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을 때,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룹 하이라이트 활동과 드라마 촬영을 병행했는데 아무것도 쉽게 넘어갈 수 없다는 것과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동안 편하게 해왔던 게 아닌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모든 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물론 지금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엄청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지는 않아서 계속 변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로서 음악적으로도 성장하고자 노력 중이고, 배우로서도 다른 장르에 도전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