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아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치료의 관건이 된다/사진=서울대병원

[한류타임즈 설동훈 기자] “항암치료 안할래요. 못 들었어? (생존확률이) 0.8%라잖아. 누가 장담해 내가 0.8인지 아닌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찬영이 삼십대의 끝자락에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암 판정과 동시에 6개월 시한부가 된 찬영은 끝끝내 항암치료를 거부한다.

 

찬영처럼 췌장암은 ‘진단이 곧 사형선고’라고 불릴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 70.7%의 5분의 1 정도다. 췌장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5년 안에 사망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악성 종양성 질환이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발생 원인은 특정하지 않다. 노화, 흡연 경력, 만성 췌장염 등이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췌장암은 유전자나 가족력에 따라 발병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집안에 췌장암 환자가 2명만 돼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3.9%로 다른 암에 비해 매우 낮은데 그 이유는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복통 등 환자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또한 수술이 까다롭다. 췌장암을 최선의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진단 시점에서 수술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낮다. 3기는 암세포가 췌장 주변의 동맥까지 침범한 상태고, 4기는 암세포가 간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상태라 수술이 어렵다.

 

재발 가능성도 높다. 다른 암은 1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이 95~100% 정도고 항암치료도 필요치 않다. 반면 췌장암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30%로 낮다.

 

췌장암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황달 등이 있다. 또 일반적인 췌장 질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여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기능 및 소화효소를 분비해 지방분해를 돕는 외분비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췌장이 손상되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에 걸리거나 지방 소화가 어려워져 기름진 변을 볼 수 있다.

 

식욕 부진, 체중감소, 황달은 췌장암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이다. 그중 황달은 눈의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착색되는 증상으로 십이지장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이 딱딱해진 췌장으로 인해 내려오지 못하고 혈중에 고여서 발생한다. 황달은 비교적 조기에 나타나므로, 황달이 생겼을 때 발견된 췌장암은 수술 가능성이 높다.

 

췌장암이 의심돼 병원에 내원하면 1차적으로 CT 촬영이 권고된다. 만일 나이·가족력·흡연·당뇨병 등 위험인자 여부를 고려할 때 췌장암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판단되면 복부 초음파를 진행하기도 한다. CT 결과로 췌장암 여부가 불확실할 경우 추가적으로 MRI 검사를 통해 의심되는 부분에 대한 정밀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췌장암의 치료법은 사용하는 약제의 종류에 따라 3제 요법과 2제 요법(젬시타빈, 아브락산 약제 사용)으로 구분한다. 3제 요법은 한 달에 2회 2박 3일간 입원하며 항암제를 투약하는 치료법이다. 반면 2제 요법은 투약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아 일주일에 한 번씩 투약이 이루어진다.

 

항암제는 세포독성 약물이어서 간혹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췌장암의 경우 항암제 장기 투약 시 신장·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손·발끝이 저리고 아프거나, 평소 자연스러웠던 걷기·수저 사용 등에 불편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항암제의 발전으로 치료 실적이 개선됐다. 췌장암 4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이 6개월에서 12~14개월까지 증가했고 수술이 어려운 환자가 항암치료를 통해 수술이 가능할 만큼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류지곤 교수는 “췌장암은 식욕부진을 유발하는데 여기에 항암치료까지 더해지면 입맛이 더욱 떨어질 수 있지만 식사를 거르면 체력이 낮아져 항암제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워진다”며 “따라서 환자에게 식욕 촉진제를 처방할 만큼 식이요법은 중요해 탄수화물·지방질을 피하고 단백질 위주로 섭취해야 하며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 영양제를 맞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췌장을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음주와 흡연의 절제가 중요한데 이들은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췌장염의 발병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라며 “비만도 췌장에 좋지 않으므로 과다한 지방 섭취를 피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표준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바이오팀 기자 medical-bio@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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