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홍헌표 전문기자] 두산과 키움이 포스트시즌의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의 막을 올린다.

 

그런데 두 팀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앞두고 갑자기 떠오른 선수가 있다.

바로 배영수(40)다.

 

배영수는 삼성 시절 전성기를 보냈다.

2000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들어온 뒤 삼성에서만 한국시리즈 7회 우승의 감격을 맛봤고 그 때마다 주역으로 활약했다.

배영수의 이력은 화려하다.

2004시즌 MVP, 2004시즌과 2013시즌 다승왕, 2005시즌 탈삼진왕 등등 과묵한 스타일과는 달리 성적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2004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와 벌였던 한국시리즈 4차전 10이닝 노히트노런은 배영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결국 11회에 교체된 뒤 0-0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는 바람에 노히트노런은 물론 승리투수도 되지 못한 불운이 겹치기는 했지만 배영수의 진가만은 아직도 팬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결과로 드러나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자신의 몫을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몸으로 보여줬다.

 

그런데 키움과의 와일드카드를 앞두고 배영수가 떠오르는 이유는 지난 2019년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4차전 때문이다.

 

당시로 돌아가보자.

3차전까지 3연승을 거둬 한국시리즈 우승에 단 1승을 남겨두고 있던 4차전이었다.

9회말 키움이 1점을 얻어 9-9 동점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두산이 연장 10회초에 2점을 얻어 다시 리드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9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용찬이 연장 10회말 첫 타자 이정후를 중견수 직선타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키움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이정후가 출루하면 경기는 어떻게 흐를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그 고비를 넘긴 것이다.

그 순간 두산 김태형 감독이 ‘깜빡’하고 마운드의 이용찬으로 가려고 했다. 투수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투수를 안정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라인을 두 번 넘어서 투수교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감지한 김 감독이 서둘러 발을 빼려 했지만 이미 선을 넘어버린 것은 되돌릴 수 없었다.

심판에게 어필을 해보려 했지만 어필상황이 아니었고 김 감독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투수도 없었다. 어떻게라도 빨리 어깨를 풀게 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시간은 투수가 몸을 풀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짧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 감독이 선택은 좁혀든다.

우선은 가장 빨리 몸을 푸는 스타일의 투수가 첫째 조건이었고 두 번째는 큰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을 가진 베테랑이 두 번째였다.

그런 조건에 배영수만한 적임자가 없었고 김 감독의 입에서 ‘배영수’를 부르는 소리가 나왔다.

그 순간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바로 38살의 노장 투수 배영수였다.

 

3승을 거뒀고 10회말 원아웃을 잡았다고 해도 감독이나 선수들 처지에서는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었으니 배영수의 투구에 모든 눈길이 쏠린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배영수가 첫 타자인 홈런왕 출신의 거포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스스로 가슴을 치며 포효했다. 그리고 다음타자 외국인선수 샌즈의 투수 앞 땅볼 때 타구를 집어든 배영수는 두손을 번쩍 치켜든 뒤 가볍게 1루에 던져 아웃시키고 경기를 마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 배영수가 있었던 것이다.

 

배영수의 현역 마지막 투구는 그렇게 빛이 났고 그것을 끝으로 배영수는 프로야구 현역생활을 딱 20년 채우고 은퇴했다. 삼성에서 거둔 7회 한국시리즈 우승에 더해 마지막 현역생활을 두산에서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그것도 마지막 순간 마운드에 있었던 투수로 장식하고 현역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지금은 두산의 2군 투수로 유망주들을 키워내고 있다.

지도자로서도 합격점이다.

올시즌 두산이 잇따른 투수들의 부상 이탈로 힘겨워 할 시즌 중반에 김민규, 채지선 등을 1군에 올려보내 힘든 시기를 버텨주게 한 배경에 2군 투수코치 배영수가 있었다.

 

묵묵하고 꾸준히 자기 몫을 해내는 스타일의 배영수는 경력과는 달리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지금 배영수가 떠오르는 것은 우선은 두산과 키움의 2년만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이라는 점이 우선이지만 정작 기억을 소화한 진짜 이유는 배영수의 모범적인 선수생활 때문이다.

배영수는 선수로서 한번도 선을 넘거나 팀 워크를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상냥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타자들과의 대결에서는 몸쪽 공도 과감히 뿌릴 정도의 승부사 기질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는 야구장을 떠나서는 다시 정직하고 성실한 한 사람의 생활인이었다.

올시즌 도중 불거진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술자리로 한껏 어지럽혀진 한국프로야구에서 새삼 배영수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사진=두산 베어스 공식 SNS캡처>

홍헌표전문 기자 hhp41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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