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홍헌표 전문기자] 고진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500만달러) 최종일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내면서 LPGA 올해의 선수, 상금왕 그리고 다승 부문 타이틀을 독식하고 화려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는 박민지(23)가 1주일 전에 SK쉴더스-SK텔레콤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을 끝으로 시즌을 정리한 가운데 역시 올해의 선수, 상금왕 그리고 다승 부문 타이틀을 휩쓸었다.

 

박민지가 KLPGA에서 화려하게 전반기를 날았다면 고진영은 후반기에 LPGA를 주름잡았다.

박민지는 전반기에 6승을 거두면서 사실상 다승왕은 결정짓고 마지막 대상 부문 타이틀을 놓고 처음에는 장하나(29) 그리고 막판에는 임희정(21)과 치열한 승부를 펼친 끝에 영예의 대상을 획득했다.

고진영은 넬리 코다(미국)와 상금왕, 올해의 선수 그리고 최다승을 놓고 막판까지 앞을 알 수 없는 대결을 펼친 끝에 모든 부문을 싹쓸이했다.

올해 중반 세계 속의 한국여자프로골프 위상이 위축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혼자 힘으로 막아내는 쾌거였다. 가뜩이나 도쿄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로 LPGA에서 한국골퍼들의 어깨는 위축될 법도 했지만 고진영 홀로 한국여자골프를 지켜냈다.

 

박민지와 고진영에게 결과는 화려함 그 자체지만 과정은 희한하게도 정반대의 길을 밟은 올시즌이었다.

 

고진영은 전반기에 단 1승에 그쳤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을 앞둔 7월 발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클래식에서 첫 승을 뒤늦게 신고했다.

박인비(33)와 김효주(26)가 각각 3월 KIA클래식, 4월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 지 3개월 뒤에야 시즌 첫승을 올렸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무서운 뒷심을 보였다.

그리고 후반기 들어 4연승으로 질주했고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거둠으로써 올해의 선수, 상금왕 그리고 다승 부문 라이벌 코다를 극적으로 제치고 올해 최고의 세계여자프로골퍼로 우뚝 섰다. 한국여자골프가 이룬 시즌 7승 가운데 5승을 휩쓸었다.

 

고진영의 후반기 페이스는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정점에 이르기까지 7개 대회 연속 톱10에 성공한 성적이 말해 주고 있다.

 

반면 박민지는 전반기 무려 6승을 휩쓸었다. ‘대세’라고 불리웠고 또한 KLPGA 흥행 메이커로 자리잡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후반기에 1승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저 끝없는 부진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박민지의 플레이 혹은 멘탈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지 박민지를 추격하고 역전하려는 경쟁자들의 페이스가 더욱 올라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결국 시즌 마지막 우승이었던 대보하우스 디오픈 우승 이후 후반기 들어 14개 대회에 출장해서 절반인 7개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려놓으면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10월에 벌어졌던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챔피언십 3라운드에서는 보기 없이 무려 10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극상승모드도 선보였다.

 

단지 꺼림칙했던 장면은 있었다.

대상과 상금왕을 놓고 임희정과 막판 대결을 펼쳤던 시즌 최종전인 SK쉴더스-SK텔레콤챔피언십에서 두 선수 모두 컷 탈락하는 다소 민망한 장면이 그것이다.

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고진영과 끝까지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던 코다의 선전과는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박민지가 후반기 들어 1승도 없는 현실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만큼 KLPGA의 기량이 질적, 양적으로 풍부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KLPGA의 환경변화에 따른 변화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경쟁을 뒤로 하는 독주는 발전에 저해가 된다. 건전한 경쟁이야말로 발전을 이끄는 유익한 환경이라는 점에서 박민지에게 걸린 우승 브레이크가 결코 박민지 개인의 부진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장하나, 김해림(32) 등 박민지에게는 언니들의 기량이 여전하고 이소미(22), 송가은(21) 등 동생뻘 선수들이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내며 박민지를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고진영과 박민지는 어느 해보다 짜릿한 한 시즌을 보냈다.

처음의 박민지 그리고 후반의 고진영 모두 한국여자골프의 인기와 힘을 대내외적으로 크게 끌어올린 공헌이 결코 적지 않다.

 

LPGA와 KLPGA에서 보인 고진영과 박민지의 같은 듯 다른 행보에 새삼 풍성한 결실을 맺은 한 시즌을 돌아보며 문득 든 생각이다.

 

<사진=고진영(왼쪽)과 박민지/LPGA, KLPGA 홈페이지 캡처>

홍헌표전문 기자 hhp41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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