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홍헌표 전문기자] 2021프로야구가 모두 끝이 났다.

KT가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패권을 움켜쥐고 2013년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의 영광을 맛봤고 두산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한 시즌을 정리하는 데는 순위싸움만큼이나 기록으로 돌아보는 일도 의미가 있다.

기록 안에는 개인 그리고 팀의 시즌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기록들을 통해 시즌을 정리해본다.

 

올시즌 가장 큰 의미를 지닌 기록은 역시 두산의 에이스 미란다의 시즌 225탈삼진이다.

지난 1984년 고(故) 최동원이 세웠던 223탈삼진 기록을 37년 만에 경신했다. 그만큼 의미가 크다. 그런데 미란다의 기록경신은 어찌보면 두겹의 의미 즉 명암이 오가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란다는 10월 2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경기에서 4개의 삼진을 추가하면서 대기록을 작성했다. 미란다는 그날 경기에서 4.1이닝을 던지고 내려왔다.

이후에는 어깨통증을 이유로 등판하지 않다가 한국시리즈 3차전에 가서야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어깨통증을 안고 기록경신에 나섰을 수도 있고 이를 코칭스태프가 용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10월 24일 당시만 해도 두산이 포스트시즌 4위를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란다의 등판이 필요했을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마지막 등판 이후 어깨통증으로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비정상적인 선발운용으로 애를 먹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결과적인 얘기일 수는 있지만 미란다의 시즌 마지막 등판에 아쉬움 혹은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삼성과 SSG는 오승환과 최정이라는 투타에 걸친 걸출한 스타선수들이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우선 오승환은 시즌 초반이던 4월 25일 LG와의 경기에서 세이브를 추가해 KBO리그 최초로 300세이브를 달성했다. 2005년 당시 선동열 감독 체제 아래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오승환은 선동열 감독의 지도 아래 최고 마무리로 승승장구했다. 2006·2011시즌 두차례 기록한 44세에브는 KBO리그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일 정도로 한국프로야구 마무리 투수의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월 13일 KIA와의 경기에서 39살의 나이에 시즌 40세이브를 올리며 역대 최고령 40세이브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이 2013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 손승락이 31세의 나이에 올린 40세이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떨어지지 않는 오승환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오승환은 올시즌까지 KBO리그 11시즌 동안 339세이브를 기록했다.

만일 지금의 페이스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아니 조금 떨어지더라도 지금 페이스의 60~70%만 유지할 수 있다면 40대 초반의 나이에 통산 500세이브라는 대기록,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전설의 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가정일 뿐이지만.

 

SSG는 최정의 홈런쇼와 추신수의 솔선수범 베스트 플레이가 트레이드마크였다.

다시 말하면 마운드의 떨어진 힘을 최정과 추신수가 버티면서 시즌을 치렀다. 최정은 홈런쇼를 자랑했고 추신수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나이를 잊고 후배들을 이끌며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피 튀기는 경쟁을 가능하게 했다.

최정은 지난 5월 18일 KIA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려 KBO리그 첫 1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을 이어갔다. 2005년 현 SSG 랜더스의 전신이었던 SK 와이번스에서 데뷔한 최정은 이듬해인 2006시즌 12홈런을 시작으로 올시즌 35홈런까지 16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의 대명사인 이승엽(45)이 6시즌 동안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면서 기록이 이어지지 않았던 점이 있기는 했다. 이승엽은 KBO리그에서 15시즌을 뛰면서 14시즌에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정의 기록 퍼레이드는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최정은 지난 10월 19일 KIA와의 경기에서 역대 두 번째 통산 400홈런을 터뜨렸다.

이 역시 이승엽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43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로 34살로 배팅 노하우와 힘이 아직 여전한 최정의 페이스를 고려하면 1~2년 안에 이승엽의 통산홈런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30대 중·후반이면 대망의 500홈런 고지 등정도 현재로서는 희망적으로 전망된다.

덧붙여 올시즌 22개의 공을 맞아 통산 294개를 기록하고 세계신기록의 주인공(?)이 된 사구부문도 최정의 가치를 올려주는 기록이다. 투수들의 몸쪽 공을 두려워지 않는 ‘노 피어 배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있는 시즌이었다. 그러나 추신수의 선수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기록이 최고령 20-20클럽(홈런-도루)이다. 20-20클럽은 공식 시상 대상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기자들이 호타준족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그런 호타준족 최고령에 추신수가 지난 10월 5일 LG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고 정확히 20홈런, 20도루를 만들어냈다. 39세 2개월 22일 만의 기록으로 종전 양준혁(52)의 기록 38세 4개월 9일을 넘어섰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을 세운 추신수는 그라운드에서 플레이 뿐 아니라 덕아웃 그리고 그라운드 밖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일들로 자신 뿐 아니라 구단의 가치도 올려주고 있다.

그런 추신수에게 SSG는 내년 시즌 연봉 27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또다시 랜더스 유니폼을 입게 했다.

 

한화 이글스 정우람의 최연소 900경기 등판 기록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2004년 프로에 입문한 뒤 2013시즌 공백을 제외하고 16시즌 동안 정우람은 929경기에 등판했다. 시즌 평균 58경기 등판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더욱이 마무리라는 정우람의 보직을 고려하면 그의 등판기록의 무게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

 

보기 드문 기록도 있었다.

NC의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의 포수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가 그것이다.

양의지는 시즌 초반 4월 29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진기록을 달성했다. 2회 상대 수비의 느슨한 수비를 틈타 가장 어렵다는 3루타를 뽑어낸 것이 신호였다. 우익수를 넘어가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히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양의지는 삼성 우익수 구자욱이 ‘설마 포수가 3루까지 뛰겠어?’라는 식으로 안이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틈타 노련한 베이스러닝으로 3루에서 세이프됐다. 그리고 안타, 홈런에 이어 7회 좌중간 2루타로 진기록을 완성했다.

 

<사진=올해 SSG 공격을 밀어주고 끌어주던 추신수(가운데)와 최정(오른쪽)/SSG 랜더스 홈페이지> 

홍헌표전문 기자 hhp4134@naver.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류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