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타임즈 홍헌표 전문기자]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제목의 싯구절이다.

 

올 시즌 KBO리그 현역 최고령 야수로 활약했던 KT 유한준(40)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KT는 24일 ‘유한준이 18년의 프로 생활을 정리하고 현역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KT 통합우승의 감흥이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전해진 유한준의 전격적인 은퇴소식에 불현 듯 이형기 시인의 싯구가 떠올랐다.

 

대부분의 프로선수들은 현역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더욱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그 팀 성적에 자신을 덧대며 자신의 가치를 사실 이상으로 포장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유혹이다.

피와 땀을 흘렸던 현역으로서의 생활을 정리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도자 혹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길은 낯설다.

그래서 선수들은 선뜻 은퇴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유한준은 팀의 통합우승이라는 최고의 정점에서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유한준은 2004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를 통해 프로무대를 밟았다. 이듬해인 2005년부터 1군 무대에서 뛰기 시작한 그는 현대 유니콘스를 뼈대로 만들어진 넥센 히어로즈 시절부터 기량이 만개했다.

2014시즌을 시작으로 FA 자격을 얻어 2016시즌 KT로 이적한 뒤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2014시즌 이후 3할을 밑돈 적이 한번도 없었다. 올해 역시 3할을 넘었다.

 

그런데 그런 유한준의 팀공헌도는 데이터 이상의 것이었다.

나이 30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넉넉한 인성으로 후배들을 품고 독려하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야말로 유한준의 진가를 읽을 수 있는 핵심포인트였다.

물론 그런 리더십을 힘 있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한 그가 보여준 성적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15시즌 동안 통산 165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2, 151홈런, 883타점, 717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누구 못지 않은 탄탄한 기록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타율 0.309, 5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 모두 출장해 12타수 2안타 1타점에 그쳤다.

 

유한준 스스로는 올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올린 자신의 데이터를 어떻게 읽을지 모르지만 팀이 2013년 창단 이후 첫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석권하는 통합우승의 쾌거를 이루기까지 유한준의 팀 공헌도를 외면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본 유한준은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은퇴라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스스로 이제는 ‘떠나야 할 때’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아직은 후배들과 얼마든지 겨룰 수 있다는 격려가 없을 리 없었을 테지만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신을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유한준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감사한 마음으로 알리게 돼 기쁘다. 통합우승 팀의 일원으로 은퇴를 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마무리를 맞이하게 됐다. 성장을 도와주신 모든 지도자 분들과 함께 땀 흘렸던 동료 선수들, 그리고 언제나 열정적인 성원과 사랑으로 힘이 돼주신 모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선수로서 마침표를 찍지만 다시 시작하는 야구 인생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유한준은 앞으로 구단이 마련한 은퇴 프로그램을 통해 프런트 혹은 지도자로 은퇴 이후 제2의 야구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그라운드를 떠나는 유한준의 앞길에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통합우승 뒤 전격은퇴를 발표한 유한준/KT 위즈 홈페이지>

홍헌표전문 기자 hhp41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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