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장판’이라는 짧은 단어에서 시작된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논란이 뮤지컬 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불이 붙자마자 활활 타오르는 분위기다. 선배급 뮤지컬 배우까지 나서며 이른바 ‘인맥 캐스팅’을 비판했다. 강경하게 대응했던 옥주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배우 남경주와 최정원, 뮤지컬 감독 박칼린은 22일 오후 ‘뮤지컬인들에게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란 제목의 호소문을 배포했다. 오랜 기간 뮤지컬 종사자로 임해오면서 느낀 책임감으로 이 같은 글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에는 배우가 연기 외에 캐스팅 등 제작사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는 것과 스태프는 각자 자신의 파트에서 배우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제작사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 및 배우와 한 약속을 지키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꼭 뮤지컬 선배 배우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콘텐츠 업계에서 지극히 당연하게 통용되는 말인 셈이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세 사람이 남긴 글을 되짚어 보면, 당연하게 이행돼야 하는 사안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배우의 캐스팅 관여가 제작사의 권한 침범이라는 문구는, 캐스팅에 영향력을 행사한 배우가 존재하며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됐음을 알리는 것으로 엿보인다.

세 사람은 “지금의 이 사태는 정도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 뮤지컬 무대를 지키기 위해 불공정한 행위에 더이상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경주, 최정원, 박칼린이 호소문을 남긴 배경은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김호영의 논란에서 출발한다.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콘서트에 옥주현과 이지혜 더블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고, 곧 김호영이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말을 남겼다. 

‘엘리자벳’에 두 번이나 주연한 김소현이 게스트에서 빠진 점과 옥주현이 설립한 회사의 소속 배우인 이지혜가 작품에 출연하게 된 대목에 의문점을 가진 뮤지컬 팬들은 해당 캐스팅에 옥주현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 판단했다. 이어 각종 커뮤니티에 옥주현을 향해 비판했다. 그러자 옥주현은 강경대응을 하겠다며 악플을 남긴 사람들과 김호영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점점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선배급 뮤지컬인들이 업계의 부정적인 관행을 없애고자 총대를 멘 것이다. 이들의 발언의 총구는 스타 인맥 캐스팅의 중심에 선 옥주현을 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호소문에 대한 지지를 보내며 힘을 싣고 있다. 정성화, 차지연, 김소현, 정선아, 신영숙, 조권, 이상현, 박혜나 등이 하늘을 가린 손바닥 사진을 올리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의미로, 선배의 호소문에 동참하는 뜻이다. 

 

이로써 옥주현과 ‘엘리자벳’ 제작사 EMK컴퍼니와 뮤지컬계 대다수 종사자 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김호영을 비롯해 팬들에게까지 법적으로 대응하는 등 강한 입장을 보인 옥주현이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마치 사회가 통용할만한 당연한 원칙을 어기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공정성을 훼손한 인물이 됐다.

오래전부터 인맥 캐스팅으로 잡음이 있었던 뮤지컬계가 과연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인맥 캐스팅의 중심에 올라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옥주현은 어떤 행보를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EMK컴퍼니, 엠피엔컴퍼니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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